
1. ‘메트로시티’라는 이름이 남긴 시간의 두께
부산 남구 용호동 해안가를 따라 이어진 1만 세대급 매머드 단지,
용호동 엘지 메트로시티는 2000년대 초반 부산 부동산의 "신도시적 상징'이었다.
총 1~6차로 이뤄진 이 단지는 당시로서는 드물게 '도시 안의 도시' 개념을 구현했다.
생활 인프라, 초·중학교, 상업시설이 자급자족형으로 구성 돼 '생활권 완결형 아파트'의 초기 모델로
서울에서도 들어본 사람이 많을 정도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탔다.
그로부터 시간은 흘러 어언 20여 년,
이제 이 단지는 "노후"와 "잠재력"이라는 상반된 단어가 교차하는 공간이 됐다.
건축 연한은 2001~2004년, 20년을 훌쩍 넘겼지만, 입지의 내구성은 여전히 강력하다.
바로 이기대와 오륙도를 품은 바다조망(일부 대형 세대 한정), 도심 접근성, 생활 인프라의 자족성 때문이다.
2. 데이터가 말하는 현실 — 가격의 ‘층차(層差)’와 세대 교체의 흐름
국토부 실거래 데이터를 보면 2025년 기준 용호동 엘지 메트로시티의 24평형(전용 60㎡)는 3.8억~4.4억
32평형(전용 84㎡)는 5억~5.8억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준공당시 부산에 부자신도시로 이름을 날렸던 단지가 이젠 세월의 무게 앞에 평당 1500만원 안팎의
중상급 시장가치를 형성한 셈이다.
그러나 이 수치 뒤에는 흥미로운 패턴이 숨어있다.
같은 평형이라도 층수와 향에 따라 최대 20%의 가격격차가 발생한다.
중상층 이상에서 바다를 조망할수 있는 동은 여전히 프리미엄단지(cf.132동 대형 고층 일부세대)로 분류되고,
저층 내부향 세대는 실수요 중심으로 거래가 이루어진다.
즉 이 단지는 "같은 단지 안의 두 개 시장"이 존재한다.
이는 신축 단지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구조다.
연식이 만들어낸 차별성, 그리고 입지의 희소성이 공존하는 이중적인 현상이다.


3. 신축의 공세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존재감
최근 부산 남구 일대에는 새로운 주거 자산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2013년 입주한 쌍용예가, 2018년 준공된 하이엔드 주상복합 용호동 W,
그리고 해운대의 초고층 랜드마크 엘시티까지 —
‘뷰’와 ‘브랜드’의 격차는 확실히 벌어졌다.
하지만 시장점유율은 달랐다.
KB 시세 기준, 용호메트로시티는 여전히 용호동 거래량의 약 40% 이상을 차지한다.
신축이 공급돼도 실거래의 중심은 여전히 이곳이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① 생활 인프라가 이미 완결되어 있고,
② 대단지의 유동성과 전세 수요가 안정적이며,
③ 무엇보다 “리모델링 기대감”이 투자 심리를 지탱하고 있기 때문이다.
4. 노후 단지가 ‘리뉴얼 자산’으로 진화하는 시대
서울 강남권의 90년대 단지들이 리모델링을 통해 재탄생하듯,
부산에서도 ‘중년 단지의 재해석’이 시작됐다.
용호메트로시티 역시 일부 구역에서 리모델링 타당성 검토가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만약 추진이 본격화된다면,
대단지 규모·입지 경쟁력·조망 프리미엄이 결합해
“해운대 이남권 최대급 리모델링 프로젝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
이 시나리오는 단순한 기대감 이상의 함의를 가진다.
즉, 부산 부동산의 세대 교체가 ‘철거와 신축’이 아닌 ‘리뉴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첫 신호탄이 되는 것이다.
5. 도시와 자산이 만나는 지점 — ‘생활 가치’의 회복
도시의 성장은 결국 삶의 질을 얼마나 유지·갱신하느냐의 문제다.
용호메트로시티는 그 실험대 위에 서 있다.
한때 부산의 주거 패러다임을 바꿨던 이 단지는
이제 다시 한번 도시의 시간과 맞서고 있다.
젊은 세대에게는 합리적인 진입가의 바다 조망형 실거주지,
중장년층에게는 입지 안정성과 임대수익의 균형점,
투자자에게는 리모델링 리스크와 기회를 동시에 품은 ‘현금흐름형 자산’이다.
6. 결론 — 오래된 단지는 여전히 도시의 중심이다
용호메트로시티는 단지 하나가 아니라,
“도시의 시간”이 응축된 생활 인프라의 상징이다.
새 건물보다 더 깊은 생활의 흔적,
그리고 여전히 견고한 입지의 내구성이 그 가치를 지탱한다.
빠르게 변하는 주거 시장 속에서도
도시의 맥락을 읽는 투자자는 ‘낡은 것의 힘’을 안다.
용호메트로시티는 그 대표적인 예다.
바다를 곁에 두고, 여전히 ‘살아있는 자산’으로 존재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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