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Ⅰ. 도시의 중심에서 오래 감춰졌던 땅
부산진구 범전동은 늘 도시의 중심에 있었지만, 한동안 도시의 중심으로 기능하지 못한 공간이었다. 그 중심엔 거대한 담장이 있었다. 부산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이름, 캠프 하야리아. 미군기지가 자리하며 도시의 심장부는 오랫동안 비워진 영역으로 남았고, 도시는 그 주변을 돌며 성장했다. 사람들의 발길은 그 담장을 에둘러 지나갔고, 서면에서 범내골로 이어지는 상권과 교통축은 기지의 외곽을 따라 움직였다.
이것은 단순한 도시 공간의 공백이 아니었다. 도시는 중심에서 바깥으로 확장하는 형식으로 발전했으나, 중심 공간이 폐쇄되어 있었다는 사실은 도시의 리듬과 흐름을 비틀어놓았다. 부산은 바다를 통해 외부와 연결되던 도시였고, 산업과 무역, 항만과 해운이 도시의 정체성을 구성해왔다. 반면 내륙 심장부는 한동안 실질적인 역할을 상실한 채 잠든 풍경처럼 남아 있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미군기지가 반환되고, 그 공간이 시민공원으로 재구성되기까지의 과정은 단순한 토지 전환이 아니라 도시의 기억을 되돌리는 일이었다. 폐쇄된 땅이 열리고, 도시의 중심이 다시 사람들의 생활권 안으로 편입되었다. 이 변화는 천천히, 그러나 심층적으로 진행되었다. 상권과 문화축은 공원 주변으로 스며들었고, 교통망은 시민공원을 중심으로 다시 얽히기 시작했다. 서면의 밀도 높은 상업지대, 범내골에서 문현으로 이어지는 업무축, 부전역 철도 재편과 도시철도 환승체계는 모두 이 공간을 중심으로 재정렬되기 시작했다.
이 흐름 속에서 2019년 7월, 삼한골든뷰센트럴파크가 들어섰다. 총 1,272세대, 3개 동, 고층 스카이라인. 도심 한가운데 공원을 마주한 대규모 단지라는 형태는 부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구조였다. 대부분의 대도시에서 공원은 주변이 문화시설 또는 상업시설로 채워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공원은 주거와 직접적으로 마주하고 있다. 이 배치가 도시의 흐름을 바꾸었다. 공원을 도시 외부의 휴식지가 아닌, 생활의 일부로 통합한 것이다.
Ⅱ. 초고층 수직도시의 형성과 평지 위의 질서
삼한골든뷰센트럴파크가 지닌 가장 뚜렷한 특성 중 하나는 평지 위의 초고층 주거라는 점이다. 부산의 많은 대규모 단지는 지형적 제약에 따라 경사지에 형성되었다. 산지가 도시의 배후를 이루고, 평지는 제한되어 있으며, 바다는 남쪽으로 열려 있다. 이 지형 구조가 부산의 주거 풍경에 ‘높이와 거리감’을 만들어왔다. 그러나 범전동은 예외적이다. 공원, 도로, 상업지, 교통망이 모두 수평적으로 이어진다. 이 평지 위에서 수직 구조는 도시와의 관계를 단절시키지 않는다.
단지의 용적률이 약 991% 에 달한다는 사실은 도시의 밀도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이 수치는 단순히 ‘많이 지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중심부 토지의 공급 한계와 생활 수요가 충돌한 도시의 긴장선을 말해준다. 수직적 확장은 도시가 스스로를 압축하며 내부로 수렴하는 과정의 결과다. 단지는 수평 동선을 통해 공원과 상권, 교통망에 접속하고, 수직 동선을 통해 세대의 총량을 수용한다. 이는 현대 도심 주거 구조의 전형이 아니라, 부산이라는 지형적·역사적 특수성이 응축된 결과다.
서면을 중심으로 한 도시 생활망은 걷기, 대중교통, 업무 이동, 상업 소비, 교육 이동이 겹쳐진다. 삼한골든뷰센트럴파크는 이 동선의 중심 초점에 있다. 지하철 환승, 버스 정류장, 도보 생활권 상권이 단지 외곽에서 바로 연결된다. 이 연결은 ‘입지 접근성’이라는 단순한 부동산 용어로 설명할 수 없는 감각이다. 단지는 도시의 순환 동선 속에서 호흡한다. 출퇴근의 속도, 생활의 속도, 이동의 속도가 단지의 구조와 맞물려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도시형 학습 생태계의 형성이다. 이 지역은 특정 명문학교를 전면에 내세우는 학군지의 방식과 다르다. 대신 학원, 독서실, 학습 카페, 도서관, 사설 교육공간이 상권과 겹쳐 있는 형태다. 서면 일대에 형성된 입시 상권은 단순한 사교육 밀집이 아니라, 부모 세대의 생활동선과 자연스럽게 연결된 학습 생태계이다. 이 구조는 특정 연령층을 도시의 특정 지점에 고정하지 않고, 도시 전체의 리듬을 따라 학습 문화가 순환하게 만든다.
즉, 삼한골든뷰센트럴파크는 학군지로서의 전통적 위계는 갖고 있지 않지만, 도시형 학습 접근성의 중심에 있다.
이것은 단지의 자산적 성격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다.

Ⅲ. 공원을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삶의 리듬
삼한골든뷰센트럴파크 앞 시민공원은 단순한 조경지가 아니다. 한동안 닫혀 있던 도시 내부의 ‘결여’를 메우는 공간이다. 공원을 향해 걷는 사람들의 속도는 서면의 상업지대 속도와 다르다. 상업지대는 빠르고 분절적이며, 공원은 느리고 연속적이다. 이 속도 차이가 단지의 일상에 영향을 준다.
고층 아파트에서 내려다보는 공원은 ‘풍경’이라기보다 ‘호흡’이다. 녹지가 있는 풍경은 도시가 시간의 깊이를 회복하는 장면을 만든다. 이 공원에는 강한 조형 언어나 과장된 상징물이 없다. 대신 넓은 평지, 나무의 줄기들, 조용한 산책로가 도시 안에서 속도를 늦추는 리듬을 제공한다. 이 리듬이 단지의 생활 패턴을 형성한다.
초고층 주거는 종종 익명성과 분절감을 만든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러나 이 단지에서는 수직적 삶을 연결하는 수평적 생활 무대가 공원과 맞닿아 있다. 산책길, 벤치, 어린이 놀이터, 강아지 산책길, 조용한 운동 공간 등 일상이 공원의 표면 위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사람들은 서로를 확인하고, 도시의 흐름 속에서 다시 자신을 조율한다.
단지는 도시와 대립하지 않는다. 공원과 도시, 상권과 주거, 속도와 정지, 수직과 수평이 서로 균형을 이룬다. 이 균형이 단지의 정서를 형성한다.
여기서 형성되는 감정은 화려하거나 격렬하지 않다.
느리고 조용하며, 생활의 감각으로 축적된다.
Ⅳ. 도시가 기억을 회복하는 자리에서
범전동은 잃어버린 시간이 복원된 장소다.
한동안 닫힌 도시의 심장부가 다시 열렸고, 그 중심에 공원과 주거가 나란히 자리했다.
삼한골든뷰센트럴파크는 이 도시적 복원이 이룬 주거적 상징과도 같다.
공원을 바라보는 창문은 단순한 풍경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
폐쇄에서 개방으로, 배제에서 공유로,
단절에서 연결로 넘어온 도시의 시간을 바라본다.
그리고 단지는 이제 다시 흘러가는 도시의 시간 위에 서 있다.
이곳에서의 삶은 화려한 장면이 아니라,
도시가 잃었던 호흡을 되찾는 과정에 가깝다.
사람들은 공원을 걸으며 숨을 고르고,
늘어졌던 도시의 속도를 다시 조정한다.
생활은 그렇게 각각의 층위와 시간의 결을 가지며 하루하루 쌓여간다.
그리고 이 단지는 오늘도 그 시간속에 묵묵히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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